실버 경영

한국사회는 노령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이 지난해 3월 발표한 장래인구특별추계(2017~2067년)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17년 707만명에서 2025년 1,000만명을 넘고 2067년에는 1,827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67년 전체 인구 중 절반에 가까운 46.5%가 노인인 셈이다.
노후에 겪는 두 가지 큰 문제로는 건강과 주거다. 주거문제는 어떤 집에서 어떻게 살아가느냐다. 젊은 나이에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내 집을 장만해 살아온 사람들은 건강상 문제가 생기고 집 청소, 식사준비 등 번거롭고 힘든 일상으로 변한다. 노령 부부는 편리하고 건강하며 쾌적한 주거를 희망한다.
최근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나온 주택이 바로 ‘시니어 아파트’다. 이러한 아파트는 법적으로는 ‘노인복지주택’이며 일반적으로는‘실버타운’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2018년 기준 전국 35개 시설 6,389가구의 노인복지주택이 공급돼 있다.
노인복지법상 노인복지주택은 ‘사회복지시설’로 분류돼 만 60세 이상 고령자들만 소유·거주할 수 있다. 필자는 지난해 입주를 시작한 서울 근교의 시니어 아파트를 방문해 둘러본 적이 있다. 이 아파트는 전국 노인복지주택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단지 내 산책로 가로등에는 50m 간격으로 비상벨과 CCTV가 달려 있었다. 집안에도 각 방과 욕실마다 비상벨이, 욕실에는 안전 손잡이가 설치돼 있었다. 거실과 주방에 달려 있는 무작동 감지 센서는 하루 동안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관리사무소로 알림을 보낸다. 그리고 전용 식당에서는 하루 세 끼를 모두 제공한다. 단지 내 간호조무사가 머물며 혈압 체크나 간단한 치료를 해주는 건강 데스크도 마련돼 있었다. 이런 형태의 서울 근교 시니어 아파트는 ‘용인 동백 스프링카운티자이 아파트’, ‘수지 광교산 아이파크 아파트’, ‘광교 두산위브 아파트’ 등이다.
노인복지시설은 노인이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 가족과 생활하기 어려울 때 그들을 수용하기 위해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민간단체가 경영하는 시설이다.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노인복지시설은 총 6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노인복지주택으로 입소자는 60세 이상의 노인이며, 노인복지주택을 분양받거나 임차한 자는 입소자격자 아닌 자에게 양도 또는 임대할 수 없다. 60세 이상이면 청약통장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청약이 가능하다.
최근 분양된 시니어 아파트는 인근 시세 대비 분양가가 매우 저렴하다. 지난 2~3년 사이 분양한 광교 두산위브와 용인 스프링카운티자이는 분양가가 3.3㎡당 각각 1,100만원대, 990만원대로 주변아파트 대비 30%가량 저렴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와 같은 노인을 위한 복지형 아파트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정부가 노인복지법을 개정해 분양하는 방식으로는 노인복지주택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과거 허위·과장 광고에 따른 사기사건 피해가 발생하자 재발을 막겠다며 만든 조치였다.
시니어 아파트는 장점이 많지만 단점도 있다. 노인복지법 시설기준에 따라 식당, 조리실, 의무실 등의 공동시설물이 많아 일반 아파트에 비해 전용률이 낮고 관리비 부담이 크다. 시설물을 관리할 시설장, 사회복지사, 관리인을 각각 최소 1인 이상 배치해야 한다. 이들을 고용하는 비용은 입주자의 관리비로 충당해야 한다.
현재 공급된 시니어 아파트들이 지닌 문제점을 바탕으로 향후 개선과제로는 첫째, 관리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노인을 위한 복지주택이기에 전문성 결여로 운영 차질과 주민의 불만을 가중시킬 수 있다. 둘째, 노인복지주택을 투자의 대상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과거 노인복지주택이 만 60세 미만도 가능하게 하는 등의 입주자격 및 관리상의 문제점이 노정되기도 했다. 셋째, 노인복지주택은 준주택에 해당하기에 주택도시보증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래서 제1금융권을 이용할 수 없어 중도금 대출 시 경제적 부담을 줄 수 있다. 진정한 노인복지주택이 본래의 기능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아울러 분양형 시니어 아파트는 공공부문에서 공급을 확대하고 환매조건부 방식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분양받은 아파트 입주자가 팔고자 할 때는 시행자에게 되파는 방식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러한 방식은 이미 싱가포르에서 시행하고 있다. 증가하는 노인 인구의 주거복지 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양질의 노인복지주택 공급 및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도록 해야 한다.

출처 : 한국아파트신문(http://www.hap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