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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수 생명보험협회 회장이 새 정부가 과감히 규제를 철폐한다면 생명보험 산업이 고령화로 인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다양한 해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요즘 편의점에 안 가는 사람이 없지요. 예전처럼 동네 가게들만 있었다면 새로운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이 나올 수 있었을까요? 보험사가 요양·장례·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진출한다면 이런 혁신이 가능합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나올 수 있고 국민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국가 재정과 복지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정희수 생명보험협회 회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돈과 건강, 돌봄이 있는 노후' 청사진을 펼쳤다. 그는 "노인 빈곤과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라는 뼈아픈 통계를 보라. 새 정부가 들어서는 지금이 대책을 세울 적기"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현재 금융산업 정책은 '규제 일변도'인데, 새 정부가 이런 규제를 완전히 철폐하고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가 환경만 만들어주면 기업들이 알아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잠자고 있는 생명보험사들의 '자산'을 요양산업, 장례·상조 산업,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른 분야로 흘러 들어갈 수 있게 물꼬를 트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는 생명보험사들의 자회사 설립의 족쇄인 '업종제한'을 폐지해야 한다. 정 회장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보험사의 자회사 업종제한이 없고, 열거주의인 일본도 업종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다. 우리도 업종제한을 완전히 풀고 15% 지분제한도 철폐해야 한다"면서 "아날로그 시대 규제인 '금산분리'도 디지털 시대에 맞춰 손볼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보험사들은 현재 순이익의 20%를 예금보험공사에 책임준비금으로 적립하고 있는데, 주요 생명보험사가 내는 돈만 5조4000억원이 넘는다. 세계 최대 수준인 이 금액을 선진국 기준에 맞춰 줄이면 다른 산업에 투자할 여력이 생긴다.

정 회장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진다'는 생명보험 슬로건처럼 장례와 상조, 납골당에 안치되기까지 전 과정을 생명보험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특히 보험사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산업으로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대한민국을 돌봐줄 요양산업을 꼽았다. 정 회장은 "전국 240개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에 자체 요양원을 짓고 운영은 건강보험관리공단 등에서 한다면 저소득층을 위한 돌봄시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민간에서는 돈이 있는 고객들을 위해 더 좋은 시설을 공급하면 되는데, 자산도 있고 노하우도 있는 보험회사가 요양서비스의 적임자라고 본다"고 말했다.

노인 빈곤율을 낮추려면 민간연금 세제 지원도 필수다. 정 회장은 "새 정부가 연금개혁을 준비 중인데, 개인연금 제도도 함께 손봐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 젊을 때 연금에 가입하도록 유인하는 정책으로는 소득공제 혜택만 한 게 없다"고 했다. 이를 위해 연금상품의 세제 인센티브 한도를 600만원(퇴직연금 합산 시 900만원)까지 늘리고 모든 연금상품 분리과세를 월 300만원 한도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공적연금 개혁의 묘안도 내놨다. 그는 "기존에 가입한 연금은 보장해주고 4대 연금을 통합한 뒤 새로운 계정을 만들어야 한다. 새 연금은 본인이 낸 돈에 운용수익률을 더해 받을 수 있도록 하면 '고갈 없는 연금개혁'이 가능하다"고 했다.

뜨거운 감자인 '공공 의료데이터 공개'와 관련해서는 전 국민의 편익을 따져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보험사에 의료데이터를 제공하면 보험 가입이 어려워진다, 보험료가 올라간다는 걱정을 한다"면서 "외국 데이터 대신 우리 국민 데이터를 활용하면 보험료가 더 낮아질 수 있고, 맞춤형 설계가 가능해져 보험의 사각지대도 해소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의료산업에 빅데이터와 보험사 자산·노하우가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세계 일류 기업도 나올 수 있다고 정 회장은 강조했다.